Cycles, 순환 혹은 주기라는 뜻의 이 단어는 마치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는 우리의 삶과 환경을 대변하는 듯하다. 우리는 각자 다른 환경에 다양한 사회문화상이 혼합된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예술가들 사이에서도 같은 주제 아래 다양한 생각과 관점들이 존재하고 이는 소통과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사고의 폭을 확장시킨다. 필리핀과 한국은 각기 다른 문화, 환경을 갖고 있지만 냉전, 식민시대의 경험과 그에 따른 사회적 급변을 공유하고 있다. 이는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예술가들의 다양한 해석과 접근을 통해 하나의 주제 아래 다각적으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비바엑스콘 VIVA ExCON은 Visayas Islands Visual Arts Exhibition &Conference(이하, 비바엑스콘)의 약자로, 필리핀 중부 비사야 제도에서 개최되는 시각예술 비엔날레이다. 올해로 28년째 지속되는 비바엑스콘은 예술인들에 의해 자발적·자생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세부·바콜로드·일로일로·더마겟 등의 지역을 매회 순회하며 개최된다. 2014년, 바콜로드에서 개최된 제13회 비바엑스콘의 교류전인 KATALISTA(Catalyst)전 공동기획을 시작으로 독립큐레이터 그룹 오버랩 OverLab.(이하 오버랩)과의 교류가 시작되었다. 이는 오버랩의 지역교류 프로그램인 Inter-region 일환으로 지속되어 바콜로드와 광주를 오가며 올해로 3회 차에 이르렀다. 일로일로시에서 개최된 제14회 비바엑스콘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아르헨티나, 스페인, 일본, 한국 등지의 예술가 및 큐레이터들이 참여하여 예술을 통해 다양한 교류와 소통을 나눌 수 있는 장이 되었다. 제14회 비바엑스콘 국제교류전이자 오버랩 Inter-region < CYCLES 001 >은 문화 다양성의 중요성과 소통, 예술 프로젝트 협업과 레지던시를 통한 교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예술가의 역량 강화에 이바지 하고자 기획되었다.
참여 작가 < 레이먼드 레가스피 Raymond Legaspi - 김현돈 >, < 마니 몬텔리바노 Manny Montelibano - 려 은 >, < 로드릭 티징 Roderick Tijing - 서영실 >, < 준준 몬텔리바노 Junjun Montelibano - 배수민 >은 각 2인1조로 팀을 구성하여 바콜로드(필리핀) 현지에서 공동 설치 작업을 진행했다. 참여 작가들은 지난 9월부터 온라인 소통을 통해 서로의 작업관에 대해 이해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져왔으며 공동창작 설치작품에 대한 구상 및 협의를 진행했다. 본 프로그램은 예술가-예술가, 예술가-큐레이터 간의 동행 및 공동작업의 개념으로, 시스템적 실험의 의미를 포괄하고 있으며 일련의 과정에 대한 기록 및 협의를 위한 정기적 미팅을 통해 공동의 합의 도출을 꾀하였다. 이후 11월부터 약 2주간 현지에서 체류하며 팀별로 사전 구상한 작품을 제작·구현하였다. 완성된 공동 창작 결과물은 바콜로드 작가들로만 구성된 7팀의 설치작품과 함께 필리핀국립대학교 일대(일로일로)에 전시되었다. 또한, 참여하는 모든 작가들의 기존 작품전 < ReAction >도 별도로 마련되어 약 한달 간 오렌지 갤러리(바콜로드)에 전시되었다. 본 교류전은 격년으로 개최되는 비바엑스콘에 지속적인 참여 뿐 아니라 향후 바콜로드 라살대학의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오버랩의 작가교환 프로그램으로 확장될 계획이다.
실험적 시도였던 이번 공동 창작을 통해 문화적, 언어적 차이에서 오는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환경과 방식에 대해 이해하고 작업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앞으로 두 지역의 예술가, 큐레이터의 지속적인 교류는 그들의 역할에 대한 논의를 심화시키고 보다 넓은 세계관을 향한 기반이 될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국제 경험이 예술가, 큐레이터 개인을 넘어 아시아 현대 미술 흐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박유영 (큐레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