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중 발췌 · 작가 김은지
멀리서 보면 아름다우나 가까이 가면 넘치듯이 번지고 어지럽게 흘러내린다. 화합이란 그런 것이다.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는, 평온을 지키는 주체들은 언제나 그들만의 조용한 싸움을 겪고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고인 물은 썩는다.’ 라는 것 또한 모르는 이 없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본질이 퇴색될까봐 시작을 두려워하는가? 오히려 어떻게 흐를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동지들의 시너지를 고대하며 즐기지 아니한가. 누구나 언제든 흘러갈 수 있는 물을 동경하며 고이지 않는 삶을 바람직하게 여기지만, 지금 우리에겐 고여 밀집될 여유가 필요하다. 고여져야 안심이 생긴다.
작품 내 화면이 전부 채워졌을 때도 아름답게 보일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 이상을 관여하기 보다는 가장 아름다울 한 순간을 포착하여 영원히 담아놓는 것이 지금 나의 역할이다. 본질을 유지하기 어려울 때, 다시 한 번 뭉치게 된 이유를 되짚어 본다면, 우리는 조금 더 오래 안심할 수 있을 텐데. 그대들은 지금 어디에, 왜 모이고 있는가.